오페라 프리다와 디에고의 마지막 꿈을 보다. 가브리엘라 레나 프랭크가 작곡을 맡았고, Isabel Leonard와 Carlos Álvarez가 주연을 맡았다. 죽은 자의 날에 걸맞게 의상과 분장, 무대와 안무가 독특했다. 스페인어로 된 오페라는 처음 본 것 같다. 언젠가 한국어 창작 공연도 The Met에 올려 졌으면.
연극 골든 보이를 보다. Clifford Odets 극작, 조쉬 오코너가 순수하고도 성급하고 예민한 감성을 가진 권투 선수 역할을 맡았다. 최근 연극 모두가 나의 아들에 출연한 헤일리 스콰이어가 이 작품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 안티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식 결말이 의도가 이해는 갔지만 아쉬웠다.
클로드 코드로 완성하는 에이전틱 코딩 자동화를 읽다. 예전에는 바이브 코딩 책 읽을 때 비용을 절약하겠다며, 책의 내용을 억지로 ollama와 roo로 변경해서 따라했었는데, 이제는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클로드 코드를 직접 사용했다. 헬로우 월드 수준이지만 이렇게 동기화가 필요하긴 해서.
그 밤과 친구들을 읽다. 야마모토 스구루의 희곡이다. 연극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뒤섞고 현재와 과거의 인물들이 대화를 하며 우정을 이어간다. 작품이 좋아 공연 사이트를 뒤져 보았더니 이미 올해 선돌극장에 올려졌던 작품이었다. 좋은 작품이니 또 다른 기회를 기대해본다.
레드 닥>을 읽다. 비록 두 주인공이 이젠 중년임에도 불구하고, 왕가위 혹은 이와이 순지 감독 영화들 이상으로 외롭고 절실하고 불같이 뜨거운 청춘의 감각을 그린 소설 같이 느꼈다. 신화에나 등장할 주조연 인물들과 동물들이 지리멸렬하고 걱정과 두려움에 가득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레드 닥>은 빨강의 자서전의 속편으로 언급되기는 하지만, 단독으로 읽어도 충분히 그 감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사실 2018년에 읽었던지라 어떤 작품이었는지 흐릿한 인상밖에 없기는 하다. 덕질의 결과물이라기엔 캐릭터들의 감정의 깊이의 생생함과 그로 인한 생동감이 무척 놀랍다.
슬픔의 물리학을 읽다.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책이다.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구입한 후 미노타우로스 관련 책으로 소개된 것을 보고 책장에서 꺼냈다. 소시적 누리던 마법적인 공상과 도취감과 커서 그 세계를 잃어버린 후 느끼는 멜랑꼴리함을 잘 그린 것 같았다. 역사와 문화가 켜켜이 쌓여 있다.
Gong Gong Gong 콘서트를 보다. 2년 전에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보게 되었다. 우희준 님이 오프닝을 맡아 연주 위주의 공연을 보여 주어 분위기를 돋구었다. 두 사람의 기타 리프는 거라지 록, 포스트 록, 펑크록의 경계를 강철같은 기운을 기반으로 거침없이 넘나드는 느낌이었다.
오페라 라인의 황금을 보다. 국립오페라단 공연이었다. 연출, 무대, 의상, 비디오, 드라마투르그, 지휘가 모두 외국인이었지만, 국내에서 이런 개성적이고 독특한 해석을 볼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다. 시리즈 중 라인의 황금을 가장 많이 보게 되는데, 아무쪼록 국립오페라단 공연 끝까지 볼 수 있길.
와일드 호스 나인을 보다. 8점. 마틴 맥도나 감독작이다. 배우들 연기(특히 존 말코비치)가 매력적이고 블랙코미디로서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지만, 기본적으로 독재 정권에 부역한 악인들을 너무 인간적이고 매력적으로 그려서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특히 시크릿 에이전트 같은 영화와 비교해서.
단편선 순간들 2집 발표 기념 쇼케이스 공연을 보다. 현장서 연인들 CD도 구매했다. 신보 발매 공연 특유의 정성과 긴장감, 그리고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졌다. 플루트를 비롯 정규 멤버들 외에도 세션과 코러스 분들이 참여해서 더욱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 주었다. 활동을 계속해 주어 고마웠다.
연극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을 읽다.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SF 소설들을 좋아해서 이 공연을 선택했는데, 그 소설서 모티브만 얻은 작품이었다. 이질적 세계들이 중첩되고 충돌하여 생기는 불가해한 감각을 포착해 극장적으로 응시하는 다세계극장 연작의 일부였다. 초현실주의 같기도 했다.
칸호 야쿠시지 첫 내한공연 “Circle of Harmony” 콘서트를 보다. 올해 본 콘서트 중 가장 취향에 맞았던 공연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관람 후 음반을 세장이나 구입했을 정도였다. 불경과 대중 음악을 결합한 것도 좋았지만 배경 영상도 무척 훌륭했다. 불교식 사이키델리아의 향연이었다.
발파라이소의 긴 비탈을 내려가는 이야기를 읽다. 가미사토 유다이의 희곡이다. 지구 반대편으로 이민을 간 것도 아닌데, 가끔씩 내가 있는 공간이 그 어느 곳도 아니고 뿌리 내릴 조그만 땅 한조각도 못찾아서 부유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시대적으로도 그렇고. 여행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일곱개의 이름 - 정수일 평전을 읽다. 차병직 님의 책이다. 특이한 이력 때문에 예전에 언론에 오르내렸을 때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갖은 환경과 풍파 속에서도 이분의 학문에 대한 줄기찬 열정과 헌신이 여전히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런 대상과 끈기가 있으면 좋으련만.
기억의 저편을 보다. 말리초 바카 발렌수엘라의 공연이었다. 칠레 산티아고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자신이 자랐던 동네, 시민들의 집회와 시위 상황들, 판데믹 시기, 무엇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그 시절의 노래를 비추며 덧없음과 역사적 흐름, 순간의 영원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연극 문라이트 오키나와를 보다. 장영 극작, 윤혜숙 연출 공연이었다. 작품 구성이 특이했는데, 극작의 의도에 여러가지 의혹과 의심을 가지며 보았다. 퀴어간 집착에 대한 자아 연민의 타당성을 마련하기 위해 그 모든 역사적, 이국적 배경과 비극과 술과 자해적 사건을 동원한 것이 아닌가 싶은.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콘서트 〈Human Scramble〉 콘서트를 보다. 2024 서울국제블루스페스티벌에서 이 밴드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단독 공연은 처음이다. 알고보니 Human Scramble이라는 신보 발매 기념 공연이었고, 그래서 더욱 분위기가 흥에 넘쳤던 것 같다. 공연장에서 오랜만에 CD도 구입했다.
무서운 책 8권 이형2를 읽다. 작품마다 그림체가 크게 달라서 우메즈 카즈오 작가의 다양한 실험과 작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기분을 느끼려고 이 시리즈 책을 계속 읽기는 하는데,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어른이 소박한 옛 군것질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먹는 것과 비슷한 심리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