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르는 망설이는 쪽이 지는 종목이었다. 이샹은 그 단순함이 좋았다. 일단 들어가기로 마음먹으면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삑ㅡ. 불은 이번에도 맞은편 램프에 들어왔다. "알트(Halte)!" 경기를 멈추는 구령에 왕이샹은 칼을 툭 내렸다. 심판은 맞은편 선수를 향해 곧게 팔을 뻗었다. 15: 7 펜싱을 시작하고 이딴 점수 차로 털린 건 처음이었다. 빈틈이라...
눈을 감으면 흘러가 버리는 것들은 - 당장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고소한 갱지 냄새, 어머니의 값비싼 라일락 향수, 아버지가 태우던 시가의 매캐한 연기. 손톱이 자판에 부딪히는 소리는 자갈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것과 닮아있다. 계절은 일순간 번뜩였다가 구름에 엉겨 흩어진다. 파도가 치듯 이파리를 쓸고 지나간 산들바람은 잠든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얌전하고...
닉쭈 닉쭈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