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요한테 지금의 삶을 살래, 아니면 비오를 만나지 않는 삶으로 갈래 고르라고 하면 정요는 고민없이 현재를 고를 것 같다는 게 미친 포인트 같음. 비오만 곁에 있다면 그간 지나온 지옥 같은 시간들, 지금 안고 있는 장애마저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 깔끔하게 축약해버릴 것 같은 넊낌.
비오정요. 17정요 몸에 열 나거나 아플 때 차가운 벽에 관자놀이 대고 있는 게 습관이면 어떡하지. 해열제가 집에 있을 리도 없고 사 먹을 돈도 없는데 서늘한 벽에 머리를 대고 있으면 잠깐은 열기가 식으니까. 그렇게 기대고 있다가 지쳐서 잠들면 그대로 자고.
- 몸이 안 좋아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정요는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등을 돌렸음.
- 최정요…!
비오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정요는 이미 도망치듯 걸음을 옮긴 뒤였음. 망가진 오른쪽 어깨를 감싸쥔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웠겠지.
